책탐방

직업으로서의 정치와 최소한의 시민

nomadicnotes 2025. 1. 16. 09:26

막스 베버는 1917년 11월, 뮌헨 대학의 진보적 학생단체인 '자유학생연합'의 초청으로 '직업으로서의 학문'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1919년 1월, 같은 단체의 초청을 받아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주제로 다시 강연을 했습니다. 이 두 강연은 베버의 주요 사상을 담고 있으며, 그의 '학문적 유언장'과 같은 위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막스 베버가 1917년 ‘직업으로서의 학문’, 1919년 ‘직업으로서의 정치’ 강의를 하게 된 배경에는 1차 세계대전, 독일 제국의 붕괴, 혁명적 사회 분위기라는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베버는 이러한 격변 속에서 학문과 정치의 역할을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성을 느끼고, 두 강연을 통해 학자와 정치인의 소명을 강조했습니다.

 

출처: 교보문고

 

 

막스 베버(M. Weber)의 『직업으로서의 정치』 1부에서는 국가, 정치, 정치인의 개념과 정치의 본질적 수단을 다루고 있습니다. 베버는 국가와 정치의 핵심적인 속성, 즉 강권력(물리적 폭력)을 수단으로 하는 유일한 인간 공동체라는 정의를 제시하며, 정치 권력의 정당성을 설명합니다. 그가 말한 폭력은 단순한 폭력적 행위(군사력, 경찰력)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강제력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강압수단(세금 징수 등). 그러한 점에서 일반적인 폭력이라기 보다는 권력의 강제적 속성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베버는 미국의 머신 정치(정당이 지역 기반으로 조직되어 관직과 이권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보상하는 정치 형태)를 비판했습니다. 머신 정치는 지역의 유력 인사(머신 보스)가 지지자들을 조직하고, 선거에서 승리한 후 관직과 이권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베버는 이 시스템이 정치인의 소명의식을 훼손하고, 정치가 공공의 이익보다는 사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변질되는 문제를 초래한다고 보았습니다.

 

대중 정치에서는 합리적 토론과 정책 논의가 아닌 감정적 호소가 중심이 되며, 이는 민주주의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데마고그가 주도하는 정치에서는 대중의 일시적 열광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장기적인 국가 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베버는 정치인이 책임 윤리와 신념 윤리라는 두 가지 윤리적 기준을 조화롭게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베버는 정치인이 단순히 신념에만 치우치지 않고, 현실적 결과를 고려하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버의 이러한 논의와 연결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디플롯에서 나온 '최소한의 시민'입니다. 

 

출처: 교보문고

 

 

위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혐오하는 이준석이 만들어낸 가치 소멸의 잔혹사"라는 장 때문입니다. 제목 자체에서 해당 글이 제가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을 바라보고 우려하는 시선을 정확히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읽다보면 베버 이야기가 나오고 이준성의 혐오정치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p.125). 저자는 미국형 극우 포퓰리즘, 그리고 정치를 게임화하는 그의 행태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전형적으로 데마고그가 주도하는 정치를 만들어 내려는 시도입니다. 현재 한국 정치가 대체로 머신 정치에 기초하는 것을 고려하면 데마고그를 조장하는 정치인은 베버가 우려하는 바를 정확히 드러냅니다. 

 

최소한의 시민 p.124

 

최소한의 시민에 담긴 글 모두에 찬성하는 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정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최소한의 시민에서 한나 아렌트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을 다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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